송용호의 교통사고 실무

6340여만원을 받을 수 있는 교통사고 피해자가 보험회사 직원의 권유로 190만원만 받고 합의했다가 법원의 판결을 통해 손해 전부를 받게 됐다.

2000년4월22일 오후 1시께 교통사고를 당한 황모(40.여)씨는 다음날 서울복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으나 가해차량의 보험사인 J보험 직원이 퇴원과 합의를 권유하는 데다 오랫동안 입원해 있을 형편이 못돼 수술치료가 불가피하다는 의사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입원한 지 23일 되는 5월15일 퇴원했다.

또 퇴원전인 5월9일 보험사로부터 손해배상금으로 190만원을 지급받는 대신 소송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사고나기 1년전인 1999년 1월 남편과 사별하고 파출부와 식당종업원 등의 일을 하며 초등학생인 두 자녀와 병환중인 노모를 홀로 부양하고 있어 생계가 막막한데다 두 자녀가 하루에도 몇 번씩 병원으로 전화를 걸어 집에 빨리 오라고 보채곤 하여 하루라도 빨리 퇴원해야 한다는 정신적 압박감에 사로잡혀 있던 차에 보험사 직원이 찾아와 빨리 합의를 하면 퇴원할 수 있다고 권유해 피고 직원이 자동차보험업무의 전문가이므로 그가 권유하는 내용이 크게 부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때문이다.

그러나 190만원은 수술치료비에도 못미치는 금액인데다 요추부 통증이 완화되지 않고 오히려 심해져 황씨는 2001년 8월9일 다시 서울복지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고 9월29일까지 치료를 받았으나 노동능력 24% 상실이라는 장애를 안게되자 변호사를 선임해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지법과 2심인 서울고법은 "피고 보험사와의 부제소 합의는 보험사 직원이 원고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해 이루어진 불공정한 법률행위이므로 무효"라며,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액에서 이미 받은 190만원을 뺀 6157만4485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J보험은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2월17일 피고의 상고를 기각, 판결을 원심대로 확정지었다. (2004다60577손해배상)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제소합의는 원고의 궁박 상태와 그로 인하여 야기된 원고의 경솔한 판단에 터잡아 이루어졌고, 그 내용에 있어 현저하게 공정성이 결여된 것이며, 합의 경위에 비춰 피고의 직원이 원고의 이같은 정신적 불안상태 및 경솔함을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부제소합의에 이르렀다고 보기에 충분하다며 민법 104의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2005-02-25 19: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