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호의 교통사고 실무

이제 서서히 은퇴 이후를 준비해야 할 나이,
몇해 전 초겨울쯤 50년지기 친구 셋이서 같은 생각을 가지고 돈을 갹출해서 제법 넓직한
묵전을 구입했습니다.

출신이 모두 촌놈들이라서 농사도 지어볼 생각이지만 기왕이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좋은 곳으로,

나이 들어서 은퇴하면 농사도 좋지만 혹시 누가 압니까?
나중에 다들 모여서 팬션이라도 하나 짓고 살수 있을지,

그런데 농지를 구입해 놓고 보니, 무늬만 밭이지 그냥 험한 산처럼 방치되어
있던 땅이었습니다. 이보다 더 험한 농사일도 많이 해 봤지만 도대체 다듬을 엄두조차
나지 않은 그런,
우리가 매입한 땅이 도대체 어디서 어디까지인지 분간도 안 되고,

어쨋든, 엔진톱도 이용하고, 예초기도 구입해서, 밭다듬기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밭 한쪽 켠에는 산죽이 너무 무성하게 자라서 정말 안죽을만큼 몇날 며칠동안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그 작업을 하는 동안 엔진 톱날을 무려 30여개 정도나 구입해서 교체해야 할 정도였으니까
엔진톱을 써 보신 분들은 아마도 쉽게 상상이 될 것입니다.

힘든 것은 그렇다치고 덤으로 산죽사이 묵은 먼지진드기에 옴 몸을 물려서 식구대로
피부과 신세를 져야 할 정도이었으니, 피부과 의사가 우리더러 오염된 환경에서
생활하면 생기는 질환이라서 해서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산죽과 잡목을 모두 베어 낸 다음, 포크레인을 이용해서 나무 뿌리와 산죽 뿌리를
헤쳐서 없애고 나니 밭 고르기 평탄작업에 필요했습니다.

평탄작업은 물론 재래식 농기구(굉이 등)를 이용해서 또 몇날 며칠을 깨고 부수고
골라 다듬은 결과, 서서히 밭 모양이 드러났습니다.

묘목이나 작물을 심으려면 멀칭작업이 필요했기에 일부 유자나무가 심어 진 경사진 땅을
제외하곤 모두 멀칭작업까지 하고, 또, 야생동물 피해를 막아야 하겠기에 땅 일부는
철조망 작업을 했습니다.

인터넷 써핑을 통해서 여러가지 정보를 얻은 다음, 묘목은 장래성을 보고 다소 비싸긴
하지만 황금소나무를 위주로 심고, 모감주나무, 풍년화, 화살나무, 산수유,
비타민나무, 배롱나무, 이팝나무, 향수목에다가

그리고 실생묘, 삽목 1~2년생으로 화이트핑크셀릭스, 파라칸사스, 홍가시나무, 남천,
능수매화, 옥시덴드론, 아놀드골드, 모감주나무 등을 심었습니다.
묘목투자를 하려면 장래성 있는 나무로 한 두 종류만 심으라던데...

아무튼 묘목을 심은 다음, 소채류를 심었고 그래도 남은 땅에는 더덕과 도라지 씨앗을
서너대박 정도 구입해서 파종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더덕 도라지는 싹이 제때 올라오지 않아 실패하고 말았습니다만,

고된 주말 이틀을 보내고나면 얼굴을 그을리는 것은 물론이고 손바닥까지 자꾸 딱딱해지니,
어떤 분은 저에게 "볼을 치느냐"고 묻는데, 어휴, 언감생심입니다.
그러나 운동이나 농사일이나 힘도 들지만, 재미도 있는 면에서는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딱딱해 져야 될 것은 따로 있는데, 손바닥만 자꾸 딱딱해지면
뭐에 쓰겠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