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호의 교통사고 실무

요 며칠 전 오랜 지인분의 요청으로 손해사정 업무 전반에 관한 강의를 부탁받고, 강의하던 도중에 알게 된 내용입니다. 사안은 고지의무위반, 즉 계약전 알릴의무위반에 관련된 내용인데,

주 요지는, 최근에 '실손의료비'를 담보하는 보험약관에서, 보험가입 시에 병력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경우(사실상 고지의무위반에 해당됨)에도 보험가입 후 5년이 경과하는 동안 추가적인 진단이나 그 병으로 치료받은 사실이 없다면 실손의료비담보에서 보상해 줄 수 있다는 내용으로 보험약관이 개정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 개정약관에 대한 내용을 듣는 순간, 처음에는 "아이고, 이거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들을 위해서 큰 선심을 썻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제가 좀 단순합니다), 나중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게 뭐야, 보험설계사나 계약자들에게 고지의무위반을 유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고, 또 "얼마나 많은 생트집을 잡아서 보험가입자들을 소송으로 내몰까" 하는 우려가 생겼습니다.

5년간 같은 병으로 치료받은 사실이나 추가진단 받은 사실이 없을 경우, 그야말로 사기적인 고지의무위반이든 아니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상하기로 한 것은 좋으나, 어찌보면 5년이라는 기간은 비록 암 같은 병이라고 할지라도 대개 재발 가능성이 없어진다고 하고, 더러 치유의 기간으로 삼는 기나 긴(?) 기간입니다.

보험가입자가 과거의 병력을 숨기고 보험계약을 체결했을때, 그 긴 기간동안 그 질병과 관련해서 과연 아무런 치료도, 또한 검사도 전혀 받지않고 5년을 넘기는 것이 가능할지 우선 의문이 생기고,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보험가입할 때는 간이라도 빼줄것 같이 하던 보험회사가 정작 보험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는 마치 수사기관처럼 행동하면서 뒷조사하고, 자신들의 영리를 위해서라면 어느 것이라도 서슴치 않았었는데, 왜 보험약관을 스스로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개정했느냐 하는 점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계약체결율을 높이기 위해서 그런것이라면 한편, 이해가 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이 문제는 보험회사가 설사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사기계약을 유도하는 문제점이 없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쨋든, 좋습니다.
보험회사가 어떤 목적이었든 보험약관을 계약자에게 유리하게 개정한 점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설사 사기계약이라도 보험회사는 5년만 경과하면 보상책임을 진다고 개정한 셈이니까요?

예컨대,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이 그 사실을 알았지만 숨긴채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에, 5년동안 전혀 치료받지 않고 있다가 5년 이후부터 에이즈 치료를 시작하더라도 보험회사는 개정된 약관조항에 따라 보상을 해 줄 수 밖에 없습니다. (※ 상법 제651조 및 제655조의 규정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내용이므로 보험약관을 잘 살피지 않는 변호사들께서는 염두에 둬야 할 내용입니다)

그런데 저는 자꾸, 이런 헛생각만 드니, 제가 문제일까요?

과거에 생보 약관에서 속칭 '자살 면책조항'이라고 해서 보험가입 후 2년이 지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상해 주는 약관조항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자살이 재해사망이 아니라고 하면서 얼마나 많은 수의 불특정 보험수익자들을 채무부존재라는 소송을 통해서 법정에 내세웠는지 보험회사를 비롯한 보험당국에 따져 묻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요즘 약관은 자살이 재해가 아닌 일반사망으로 구분되어 있는 보험이 주류이지만, 과거의 보험 즉 재해사망만 담보하고 있는 구 보험에서도 최근의 약관조항을 적용하려 드는데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부분 관련해서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분쟁사례를 지속적으로 취합해볼까 합니다. 그런데 이거 5년정도가 더 지나야 발생되는 문제일텐데, 제가 5년 이후에도 이 손해사정 업무를 계속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아무튼, 보험제도가 개념적으로 사기 내지는 도박과, 구별하기 어려운 (신)질병의료비 개정약관이 생겨났습니다. 보험영업이 쉽지 않은 것은 잘 압니다. 그렇다고해서 양식있는 설계사 분들까지 일부러 고지의무위반을 유도하는 계약은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나면 고지의무위반을 유도했다가 자칫 잘못하면 계약자가 법정에 서게 되는 것이 눈에 선히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우이기를 바래봅니다만,

고지의무위반 시 보험사고 발생전후를 불문하고 '면책과 해지'를 할 수 있는, 보험회사에게 유리한 규정을 스스로 자청해서 포기하는 개정약관의 내용은 어디까지나 선의의 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또한 보험제도 전반(보통약관)에 걸친 고지의무가 아니라 실손의료비 담보에만 국한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한 내용이라고 판단됩니다.

어쨋든, 개정된 약관의 내용은 대충 아래와 같고, 아래 제(8)의 규정에 그 내용이 담겨져 있으니 업무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13.1. 손해사정사 송용호

▣ 실손의료비 (질병의료비) 담보 약관 (보험회사가 보상하는 사항)

(1) 회사는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질병으로 인하여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입원의료비를 다음과 같이 하나의 질병 당 보험가입금액을 한도로 보상하여 드립니다.

(2) 위 (1)의 질병에서 청약서상 ‘계약 전 알릴의무(중요한 사항에 한합니다)’에 해당하는 질병으로 인하여 과거(청약서상 당해 질병의 고지대상 기간을 말합니다)에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제외 합니다

- 중략 -

(8) 위 (2)에도 불구하고 청약일 이전에 진단 확정된 질병이라 하더라도 청약일 이후 5년이 지나는 동안(계약이 자동 갱신되어 5년을 지나는 경우를 포함합니다) 그 질병으로 인하여 추가적인 진단(단순 건강검진 제외) 또는 치료사실이 없을 경우, 청약일로부터 5년이 지난 이후에는 이 약관에 따라 보상하여 드립니다.

(9) 위 (8)의 “청약일 이후 5년이 지나는 동안”이라 함은 15.(보험료의 납입연체시 납입최고(독촉)와 계약의 해지)에서 정한 계약의 해지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를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