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해보험의【후유장해지급률표】에서 뜻이 애매한 장해항목(문구)에 관함
본 환자의 후유장해로 평가된, “정신행동에 뚜렷한 장해가 남아 대중교통을 이용한 이동, 장보기 등의 기본적 사회활동을 혼자서 할 수 없는 상태” 에 대하여, 과연 환자가 어떠한 상태에 이른 경우에 이 항목을 적용해야 하는 것인지 약관(후유장해지급률표)에 별다른 해석이 없기 때문에 항상 의문이 남습니다.
후유장해지급률표에서,‘치매’처럼 CDR 척도 점수에 따라서 지급률을 달리하는 것도 아니고, 또 ‘일상생활의 기본동작(ADLs)’처럼 항목별로 나열화되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이 조항은 너무나 추상적이고 애매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대중교통을 이용한 이동」이란 것이, ⓐ 독립적 보행마저 불가능해서 혼자서는 버스를 오르내리거나 타고서 이동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하는 것인지(만약, 동 지급률 조항이 이와 같은 경우를 뜻하고 있는 것이라면 개호가 붙어야 될 사안이기 때문에 그런 정도는 아닌 것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만), ⓑ 아니면, 혼자서 버스를 탈 수는 있지만 버스표를 구입하여 자신이 목적한 장소를 혼자서 찾아갈 수 없다는 것인지 ⓒ 또, 목적지가 평상시 잘 다니던 장소인데도 못 가게 되었다는 것인지, ⓓ 아니면 한차례도 가본 적이 없으나 정상인이라면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찾아서 이동할 수 있었을 텐데, 혼자서는 못 간다는 것인지 등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구체적인 구분도 없습니다.
또, 기본적 사회활동의 예시이기는 하지만「장보기」도 마찬가지입니다.
ⓐ 돈을 셀지 몰라서, ⓑ 혹은 거래흥정을 못해서 못한다는 것인지, ⓒ 아니면 천원인지, 만원인지 화폐단위를 구분하지 못해서 장보기를 못한다는 것인지, ⓓ 그도 아니면 거스름돈 같은 것을 챙길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 또 시장을 보자면 때론 무거운 물건을 들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장해 때문에 그 물건을 혼자서 들 수 없어서 장보기를 못한다는 것인지, 등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
그리고, 후유장해지급률표에 대중교통 이용한 이동과 장보기‘등’이라고 표기되어 있으니, 여기서 '등'으로 표현되는 ‘기본적 사회활동’을 나열하자면, 사람을 만나는 대인관계부터 시작해서 일상생활 대부분의 행위가 기본적 사회활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입니다.
그런 것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셀 수도 없겠지만 예를 들어서, 「기본적 사회활동」이 1,000가지 정도 있다고 가정해 볼 때, 그 모든 사회적활동을 혼자서 못해야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한두가지를 못하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명시(설명)도 없고, 사회적 기본활동 전부를 못하게 되었다면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사람일텐데, 그 많은 기본적 사회활동 중 어디서 어디까지 혼자서 못해야 그 지급률의 해당 조항을 적용할 것인지??
설사, 양쪽 하반신이 마비된 장해율 100% 환자라 하더라도, 혼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한 이동과 장보기를 전혀 못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문구가 현행 상해보험약관 후유장해지급률표에 담겨져 있는 셈입니다. 이런 조항은 그야말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어버리는 애매한 문구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위 지급률 조항에 맞춰서 제가 본 환자의 상태를 평가해보자면, 평상시 잘 다니던 가까운 거리(예컨대 거주지 인근) 정도는 어쩌면 혼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갈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타지역을 혼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갈 수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
장보기를 예로 들자면, 담배 등 간단한 물건 정도는 혼자서 구매할 수 있겠지만 귀금속 등 고가격의 물건을 혼자서 구입해 오라고 시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고 생각되는 정도입니다. 또 가까운 슈퍼에 가서 한 두가지 물건을 구입해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예를 들어서 손님이 오는데 먹을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를 모두 구입해 보라고 한다면, 스스로 정리가 안되기 때문에 당연히 못할 것입니다.
이런 환자의 상태에 대하여, 지급률 40%에 해당하는 보험금이 지급되어야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앞 서 말씀드린대로 약관에 그 내용이 설명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법리적으로는 약관의 문언내용에 관한 해석을 둘러싸고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작성자불이익원칙’ 내지는 동 약관 내용 즉, “회사는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계약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합니다.”라는 규정에 따라 판단해 줘야 옳다고 생각해 봅니다만.
손해사정사 송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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